(본글은 국제가정교회사역원 원장 최영기 목사님의 글입니다.)
목사는 물론이고 평신도들도 ‘성령과 기질’ 등 성격 유형에 관한 책을 한두 권은 읽었고, DISC나 ‘피플 퍼즐’ 등 성격 유형에 관한 훈련을 받은 적이 있을 것입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MBTI라든가 테일러 존슨 성격분석검사(Taylor-Johnson Analysis)등 성격 내지 기질 테스트를 받기도 했을 것입니다. 저도 신학원에서 상담을 부전공으로 하였기 때문에 이런 식의 분석에 관심이 많았는데, 나이가 들면서 자신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되고, 인간을 유형에 따라 분류하는 것에 대해 웬일인지 거부감이 생겨서 이런 책들에 대한 관심이 사라졌습니다.
그런데 제 아들이 Ian M. Cron(이안 모건 크론)과 Suzanne Stabile(수잔 스테빌)이 공저한 ‘The Road Back to You’라는 책을 사주며 꼭 읽어보라고 권하였습니다. 미국의 크리스천 젊은이들이 많이 읽는 책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강력한 권유에 의하여 마지못해 읽기 시작했는데, 책에 빨려 들어 두 번이나 읽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초대교회 교부들이 영적훈련을 위해 사용하기도 했던 Enneagram에 관한 내용을 다루고 있는데, Enneagram은 헬라어로 아홉이라는 의미의 Ennea와 도표라는 의미의 gram을 합성해서 만든 단어입니다. 인간을 아홉 가지 유형으로 구분하는데, 독특한 점은 인간을 지배하는 감정에 따라 분류한다는 것입니다. 이 세 가지 감정은 첫째가 분노, 둘째가 두려움, 셋째가 느낌이나 기분인데, 이 세 가지가 대인 관계나 일 처리 하는데 영향을 미친다는 것입니다.
이 책은 인간의 유형을 9개로 나누어 번호를 붙여 부릅니다. 1번은 완전주의자(Perfectionist), 2번은 조력자(Helper), 3번은 능력자(Performer), 4번은 낭만가(Romanticist), 5번은 관찰자(Investigator), 6번은 의리파(Loyalist), 7번은 열정가(Enthusiast), 8번은 모험가(Challenger), 9번은 화해자(Peace Maker)입니다. 이 아홉 가지 유형은 기조가 되는 감정에 따라 세 가지로 묶을 수가 있는데, 모험가/화해자/완전주의자는 분노의 지배를 받고, 조력자/능력자/낭만가는 느낌이나 감정, 관찰자/의리파/열정가는 두려움의 지배를 받습니다.
이 책의 강점은 사례가 구체적이고 일상적이라는 것입니다. 사람들과 더불어 살면서 흔히 겪을 수 있는 사례들을 생생하게 적어 놓고 있기 때문에, 주위에 있는 사람들의 얼굴이 머리에 떠오르면서, “아, 이 사람이 바로 이 유형이구나!” “아, 그 사람이 이런 유형이라서 그런 식으로 반응을 했구나!” 무릎을 치게 만듭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 주위 사람들이 어떤 유형에 속하는지 분간이 되는데, 나 자신의 유형은 가늠이 안 되었습니다. 그때 저자가 책 서두에 적은 내용이 생각 났습니다. 인간은 나이가 들면서 상황에 적응하는 가운데 자신의 성향을 억압하는 수가 있으니까, 자신의 참 모습을 발견하기 위해서는 오늘날의 자신을 보지 말고, 자아가 완성되지 않은 10대 말이나 20대 초반의 자신을 생각해 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보니 저는 9번 화해자(Peace Maker)였습니다.
화해자의 장점은 모든 사물의 양면을 공평하게 본다는 것입니다. 두 사람이 갈등을 일으킬 때 두 사람 입장이 다 이해되고, 두 사람의 의견이 상치될 때 둘 다에게서 정당한 점을 봅니다. 그래서 좋은 중재자가 될 수 있습니다. 단점은, 남과 부딪치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에, 자기 주장을 못하고 남이 하자는 대로 좇아 하는 수가 많습니다. 그러다 보면 자아를 상실하고, 마음속에 분노가 쌓일 수 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저 자신에 관해 의아했던 부분이 많이 이해가 되었습니다. 가게에서 산 물건을 환불해 달라는 것이 왜 그리 힘든지, 식당에서 음식을 주문할 때 짜장면을 주문하는 즉시 왜 “짬뽕을 시킬 걸 그랬나?"는 생각이 드는지, 원하는 걸 표현 못하고 왜 남들이 알아서 해주기를 바라는지 (그리고서 안해주면 섭섭해 하는지) 이해가 되었습니다.
저는 신앙생활의 목표가 하나님의 음성에 귀기울이고 절대 순종하는 것인데, 이것도 기질과 상관이 없지 않은 것 같습니다. 내 주장을 하기보다 남의 의견을 수용하는 성향이 있기 때문에, ‘남’을 하나님으로 대치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이 책의 내용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면 가정, 직장, 교회 생활에서 이웃과의 관계에서 오는갈등이 대폭 줄어들 것 같습니다. 특별히 목회자들에게는 이 책이 필독서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목회자들이 자신과 성도들의 성향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가볍게 넘어갈 수 있는 문제를 확대시켜 위기 상황까지 몰고갑니다. 자신과 교인들의 성향을 알고 있으면 각을 세울 필요없이 지혜롭게 문제를 처리할 수 있고, 과잉반응을 피할 수 있을 텐데 말입니다.
목회자들을 만날 때마다 이 책을 소개했는데, 영어 서적이라 읽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습니다. 그래서 두란노 출판사에 이 책 번역 출판을 제안했는데, 고맙게도 이 제안을 받아드려 ‘나에게로 가는 길(두란노)’이라는 제목으로 지난 주에 출간시켰습니다. 많은 분들이 이 책을 통해서 편하고 원만한 가정생활, 사회생활, 교회생활을 누리면 좋겠습니다.☚ 샬롬원교회